비리지 않고 짭짤한 ‘그 맛’의 비밀은 염도보다 시간과 불에 있다.
오늘은 지역 특산물의 비밀 레시피 네번째로 경북 안동 간고등어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1. 안동 간고등어는 왜 특별한가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시간으로 염지된 밥도둑”
경북 안동은 내륙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고등어로 유명합니다.
바다와 먼 지역에서 생선을 어떻게 보존하고 맛있게 먹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간고등어’입니다.
‘간고등어’는 고등어에 소금을 뿌린 후 염지하여 숙성시킨 음식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단순 염장 고등어와는 다릅니다.
단순한 소금 절임이 아닌, 온도와 습도, 그리고 시간 조절이 결합된 지역 특화 저장법입니다.
안동 간고등어가 특별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자연건조와 숙성을 병행하는 방식
- 소금 양은 최소화하면서 비린내는 완벽 제거
- 내륙의 습기와 기후에 맞춘 저온 숙성 노하우
현지에서는 이 과정을 “간을 두 번 한다”고 표현합니다.
실제로는 한 번 소금으로 간을 하고,
그 후 일정 시간동안 재염하지 않지만 스스로 숙성되도록 두는 이중 과정이 이뤄지는 것이죠.
2. 진짜 숙성법: 고등어를 ‘살려서’ 절이는 기술
“비린내는 줄이고, 고소함은 남긴다 – 안동의 손맛 레시피”
고등어는 잡힌 즉시 선도 관리가 매우 중요한 생선입니다.
기름기가 많아 부패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절이는 법’ 하나로 맛이 갈립니다.
✔ 안동식 간고등어 숙성 순서
① 선어 선별과 피빼기
선도가 좋은 고등어를 받으면 곧바로 머리를 자르지 않고 내장을 제거합니다.
이후 찬물에 담가 피를 뺍니다. 이 과정을 4~6시간 이상 진행합니다.
피가 빠질수록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 나며, 비린내가 줄어듭니다.
② 천일염 절임 (염도 6~8%)
염도는 보통 고등어 무게의 6~8% 정도로 맞춥니다.
소금은 천일염을 미리 볶아 수분을 날린 것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볶은 소금을 사용하면 생선 표면에 수분이 머무르지 않아 더 깔끔하게 절여집니다.
③ 1차 숙성 (8~12시간)
소금을 문지른 고등어를 상온(15~20도)에서 숙성시킵니다.
여기서 생선의 수분이 빠지며 살결이 단단해지고, 감칠맛이 응축됩니다.
④ 2차 숙성 (저온건조)
1차 숙성 후엔 냉장 보관이 아닌, 통풍이 잘 되는 저온 실내에서 2~3일간 말립니다.
이 과정을 통해 겉은 살짝 마르지만 속살은 촉촉하게 유지됩니다.
안동 지역에서는 문풍지 있는 창가나 장독대 옆 그늘에서 말리는 전통 방식이 여전히 사용됩니다.
이처럼 간고등어는 ‘절이고 숙이고 말리는’ 삼중 숙성 구조로 맛을 내며,
이 덕분에 짜지 않으면서도 비린 맛 없이 진한 감칠맛을 자랑하게 됩니다.
3. 불 조절이 맛을 결정한다: 구이 온도와 타이밍
“겉바속촉은 온도에 달렸다 – 구이의 황금법칙”
많은 이들이 간고등어는 ‘짜서 그냥 구우면 되는 생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굽는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됩니다.
🍳 안동 간고등어 구이의 핵심 포인트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① 굽기 전 담그기 (10분)
구이 직전 간고등어를 찬물에 5~10분간 담가 소금을 일부 빼줍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짠맛이 부드러워지고, 구웠을 때 겉면이 덜 타게 됩니다.
너무 오래 담그면 맛이 날아가므로 10분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구이 온도 – 약불과 중불의 사이 (160~180℃)
너무 센 불에서 구우면 기름기가 빠지기 전에 탄 부분이 생기고,
약불만 사용하면 겉은 하얗고 속이 퍼진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온도는 중불보다 약간 낮은 170도 전후입니다.
- 프라이팬에 구울 경우:
중불에서 시작 → 2분 후 약불로 줄이고 뚜껑 덮기 → 7~8분 구움 - 그릴에 구울 경우:
앞면 4분, 뒷면 3분 구이 (기름 받침 필수)
이때 고등어의 기름이 흐르면서 지글지글 익는 소리가 나야 제대로 익고 있는 것입니다.
기름이 안 흐르면 불이 너무 약한 것입니다.
③ 속살 온도 유지 – ‘휴식 시간’ 주기
다 구운 간고등어는 바로 먹지 말고 2~3분간 접시에 두었다가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간 동안 속의 온도가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어줍니다.
🔥 보너스 팁: 간고등어 맛있게 먹는 법
- 레몬즙 몇 방울 뿌리면 고소함이 배가됩니다.
- 된장찌개와 곁들이면 짠맛과 구수함의 조화가 완벽합니다.
- 남은 간고등어는 찢어서 주먹밥으로 활용 가능!
안동 간고등어는 짠 생선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을 재료로 삼아 만든 발효 음식에 가깝습니다.
절이고, 말리고, 다시 굽는 그 모든 과정 속에는
이 지역의 지혜와 생활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다음에 안동을 여행하게 된다면, 꼭 간고등어 식당을 들러보세요.
그곳에서 ‘진짜 숙성의 맛’을 경험하게 된다면,
당신은 다시는 대형마트 고등어로는 만족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