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경북 안동 간고등어, 진짜 숙성법과 구이 온도

by essay72946 2025. 7. 9.

비리지 않고 짭짤한 ‘그 맛’의 비밀은 염도보다 시간과 불에 있다.

오늘은 지역 특산물의 비밀 레시피 네번째로 경북 안동 간고등어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간고등어구이
간고등어구이

1. 안동 간고등어는 왜 특별한가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시간으로 염지된 밥도둑”

경북 안동은 내륙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고등어로 유명합니다.
바다와 먼 지역에서 생선을 어떻게 보존하고 맛있게 먹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간고등어’입니다.

‘간고등어’는 고등어에 소금을 뿌린 후 염지하여 숙성시킨 음식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단순 염장 고등어와는 다릅니다.
단순한 소금 절임이 아닌, 온도와 습도, 그리고 시간 조절이 결합된 지역 특화 저장법입니다.

안동 간고등어가 특별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자연건조와 숙성을 병행하는 방식
  • 소금 양은 최소화하면서 비린내는 완벽 제거
  • 내륙의 습기와 기후에 맞춘 저온 숙성 노하우

현지에서는 이 과정을 “간을 두 번 한다”고 표현합니다.
실제로는 한 번 소금으로 간을 하고,
그 후 일정 시간동안 재염하지 않지만 스스로 숙성되도록 두는 이중 과정이 이뤄지는 것이죠.

2. 진짜 숙성법: 고등어를 ‘살려서’ 절이는 기술

“비린내는 줄이고, 고소함은 남긴다 – 안동의 손맛 레시피”

고등어는 잡힌 즉시 선도 관리가 매우 중요한 생선입니다.
기름기가 많아 부패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절이는 법’ 하나로 맛이 갈립니다.

 

✔ 안동식 간고등어 숙성 순서

 

① 선어 선별과 피빼기

선도가 좋은 고등어를 받으면 곧바로 머리를 자르지 않고 내장을 제거합니다.
이후 찬물에 담가 피를 뺍니다. 이 과정을 4~6시간 이상 진행합니다.
피가 빠질수록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 나며, 비린내가 줄어듭니다.

 

② 천일염 절임 (염도 6~8%)

염도는 보통 고등어 무게의 6~8% 정도로 맞춥니다.
소금은 천일염을 미리 볶아 수분을 날린 것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볶은 소금을 사용하면 생선 표면에 수분이 머무르지 않아 더 깔끔하게 절여집니다.

 

③ 1차 숙성 (8~12시간)

소금을 문지른 고등어를 상온(15~20도)에서 숙성시킵니다.
여기서 생선의 수분이 빠지며 살결이 단단해지고, 감칠맛이 응축됩니다.

 

④ 2차 숙성 (저온건조)

1차 숙성 후엔 냉장 보관이 아닌, 통풍이 잘 되는 저온 실내에서 2~3일간 말립니다.
이 과정을 통해 겉은 살짝 마르지만 속살은 촉촉하게 유지됩니다.
안동 지역에서는 문풍지 있는 창가나 장독대 옆 그늘에서 말리는 전통 방식이 여전히 사용됩니다.

이처럼 간고등어는 ‘절이고 숙이고 말리는’ 삼중 숙성 구조로 맛을 내며,
이 덕분에 짜지 않으면서도 비린 맛 없이 진한 감칠맛을 자랑하게 됩니다.

3. 불 조절이 맛을 결정한다: 구이 온도와 타이밍

“겉바속촉은 온도에 달렸다 – 구이의 황금법칙”

많은 이들이 간고등어는 ‘짜서 그냥 구우면 되는 생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굽는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됩니다.

 

🍳 안동 간고등어 구이의 핵심 포인트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① 굽기 전 담그기 (10분)

구이 직전 간고등어를 찬물에 5~10분간 담가 소금을 일부 빼줍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짠맛이 부드러워지고, 구웠을 때 겉면이 덜 타게 됩니다.
너무 오래 담그면 맛이 날아가므로 10분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구이 온도 – 약불과 중불의 사이 (160~180℃)

너무 센 불에서 구우면 기름기가 빠지기 전에 탄 부분이 생기고,
약불만 사용하면 겉은 하얗고 속이 퍼진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온도는 중불보다 약간 낮은 170도 전후입니다.

  • 프라이팬에 구울 경우:
    중불에서 시작 → 2분 후 약불로 줄이고 뚜껑 덮기 → 7~8분 구움
  • 그릴에 구울 경우:
    앞면 4분, 뒷면 3분 구이 (기름 받침 필수)

이때 고등어의 기름이 흐르면서 지글지글 익는 소리가 나야 제대로 익고 있는 것입니다.
기름이 안 흐르면 불이 너무 약한 것입니다.

 

③ 속살 온도 유지 – ‘휴식 시간’ 주기

다 구운 간고등어는 바로 먹지 말고 2~3분간 접시에 두었다가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간 동안 속의 온도가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어줍니다.

🔥 보너스 팁: 간고등어 맛있게 먹는 법

  • 레몬즙 몇 방울 뿌리면 고소함이 배가됩니다.
  • 된장찌개와 곁들이면 짠맛과 구수함의 조화가 완벽합니다.
  • 남은 간고등어는 찢어서 주먹밥으로 활용 가능!

안동 간고등어는 짠 생선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을 재료로 삼아 만든 발효 음식에 가깝습니다.
절이고, 말리고, 다시 굽는 그 모든 과정 속에는
이 지역의 지혜와 생활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다음에 안동을 여행하게 된다면, 꼭 간고등어 식당을 들러보세요.
그곳에서 ‘진짜 숙성의 맛’을 경험하게 된다면,
당신은 다시는 대형마트 고등어로는 만족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