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마늘쫑장아찌의 손맛 재현
– 아삭함 속에 밴 짭짤한 전통의 정성
오늘은 지역 특산물의 비밀 레시피 일곱번째로 충남 서산 마늘쫑장아찌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서산 마늘쫑의 특별함: 아삭함과 향의 균형
“마늘쫑은 전국 어디서나 나지만, 서산 것은 유독 고소하고 부드럽다.”
충남 서산은 마늘의 고장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는 건 바로 ‘마늘쫑’, 즉 마늘 꽃대입니다.
봄이 되면 마늘이 본격적으로 꽃대를 올리기 시작하는데, 이 꽃대를 일찍 잘라내야 마늘 알이 더 굵게 자라기 때문에,
마늘쫑은 자연스럽게 부가적으로 생산됩니다.
서산 마늘쫑은 그 자람새부터 다릅니다.
해풍을 맞고 자란 서산 마늘은 향은 진하지만 쓴맛이 덜하며,
마늘쫑 역시 아린 맛이 덜하고 은은한 단맛과 향긋한 풍미가 살아 있습니다.
또한 기온이 비교적 안정적인 서산의 봄기후 덕분에 마늘쫑의 질감이 섬유질이 적고 부드럽고 아삭아삭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서산 마늘쫑을 가장 잘 살리는 보존 방식이 바로 장아찌입니다.
된장처럼 진하지 않고, 고추장처럼 강하지도 않은 간장 장아찌 방식이 그 주류를 이루는데,
이 간단한 듯 보이는 장아찌 속에는 수십 년 전통의 손맛과 노하우가 숨어 있습니다.
✅ “서산 마늘쫑은 장아찌로 담으면 그해 여름 밥상이 풍성해진다.”
– 서산 팔봉면의 40년 장아찌 장인
서산식 마늘쫑장아찌 레시피: 재료는 간단, 과정은 정성
“장아찌는 절이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음식이다.”
서산식 마늘쫑장아찌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린 맛을 없애는 전처리 과정에 공을 들인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1차 간장과 2차 숙성 간장의 구분을 두어 짠맛보다 깊은 맛을 내는 방식입니다.
🧂 서산식 마늘쫑장아찌 기본 레시피
[재료]
마늘쫑 1kg
양조간장 2컵
설탕 1컵
식초 1컵
물 2컵
소금 약간
📋 만들기 과정 (핵심은 전처리와 이중 숙성)
① 마늘쫑 손질 및 데치기
마늘쫑을 깨끗이 씻은 후, 양 끝을 잘라내고 5~6cm 길이로 썰기
끓는 물에 소금 한 줌을 넣고, 1분 정도 데쳐 바로 찬물에 헹궈 식힘
→ 이 과정이 아린 맛 제거와 색감 유지의 핵심
② 1차 절임 (간장 끓여 붓기)
냄비에 간장, 물, 설탕, 식초를 넣고 끓임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식지 않은 상태로 마늘쫑에 붓기
뚜껑을 덮고 상온에서 하루 숙성
③ 2차 간장 다시 끓이기
하루 지난 후, 간장 국물만 따라내 다시 끓임
한소끔 끓여 완전히 식힌 후 다시 마늘쫑에 붓기
이 상태로 냉장고 또는 서늘한 곳에서 3~5일 이상 숙성
→ 시간이 지날수록 짭짤함이 스며들며 아삭함이 유지됨
📌 보관 팁
1개월 정도까지는 아삭한 맛 유지
3개월 후에는 간장 맛이 깊어져 밥도둑으로 손색없음
간장은 남기지 말고 계란장, 고추장아찌, 버섯장아찌 등에 재활용 가능
손맛의 핵심: 숙성과 입맛을 아는 기술
“서산 장아찌는 오래 두고 먹을수록 그 집안의 정을 배운다.”
서산에서는 장아찌를 그냥 ‘반찬’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밑반찬’도 아니고, ‘장아찌’도 아닌, ‘손맛 저장소’라 부르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깊기 때문입니다.
이 마늘쫑장아찌 하나로 봄을 시작하고 여름을 견디며, 가을 김장 때까지 먹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만큼 숙성과 보관의 노하우가 생명입니다.
단순히 끓인 간장을 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맛의 변화를 고려해 시간을 분할해 조절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 손맛 포인트 5가지
데칠 때 너무 오래 데치지 않기
→ 질감이 무너지면 장아찌가 흐물거림
→ 딱 1분, 초록빛 살아있을 때 꺼내기
간장은 반드시 끓여서 붓고, 식혀서 다시 붓기
→ 위생과 깊은 풍미를 위해 이중 작업 필수
식초는 감칠맛 위한 조미료 수준으로만
→ 과도한 식초는 아삭함을 무너뜨림
숙성 중 뒤집어주기
→ 간장이 위아래 골고루 배도록 하루 1번씩 병을 흔들어주기
짠맛 조절은 개인 입맛에 따라 희석 가능
→ 너무 짤 경우, 먹기 전 물 1:1 비율로 씻어서 사용
🍚 이렇게 먹으면 제맛!
따뜻한 흰밥 + 참기름 한 방울 + 마늘쫑장아찌 2줄기
비빔면 위에 잘게 썰어 올리기
삼겹살 구이에 곁들여 상추쌈 완성
마무리하며 – 장아찌는 ‘기억을 절이는 기술’
충남 서산 마늘쫑장아찌는 단지 반찬 그 이상의 존재입니다.
바쁜 농번기 틈틈이 짬내어 만들고, 식구들 밥상에 올릴 때마다 안부를 묻는 그 시대 어머니들의 정성이 깃든 음식이죠.
오늘날에는 손쉽게 사먹을 수도 있지만,
직접 서산식 방식으로 담근 마늘쫑장아찌는 그보다 훨씬 더 깊고 따뜻한 맛을 선사합니다.
아삭하고 고소하면서 짭조름한 그 맛 한 조각 속에는,
봄날 들녘의 바람과 서산 어머님들의 손끝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